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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탄생한 결혼관 ‘졸혼(卒婚)’…법적으로 혼인 유지하면서 사생활 관여는 ‘NO’

문화목록어/미셀러니

by 결리재 2018. 5. 22.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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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탄생한 결혼관 ‘졸혼(卒婚)’…법적으로 혼인 유지하면서 사생활 관여는 ‘NO’

입력 : 2018-05-21 00:00


새롭게 탄생한 결혼관 ‘졸혼(卒婚)’

가족 ‘유대감’ 유지하면서 스스로의 삶 꾸리는 방식

섣불리 선택하면 부작용 결정 전 충분한 시간 가져야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서로 사랑하라.’ 결혼식 주례사의 단골멘트인 이 말을 실현하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이혼건수는 10만6000건으로, 이 가운데 결혼한 지 20년 이상 부부의 ‘황혼 이혼’이 31%를 차지했다. 이혼을 고려하는 부부까지 포함한다면 수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혼을 고민하는 이들은 ‘자녀 때문에’ ‘주변 시선 때문에’ 등 다양한 이유로 만족스럽지 않은 결혼생활을 유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결혼관이 주목받고 있다. 졸혼(卒婚)이다.

졸혼은 법적 혼인관계를 유지하되, 다른 집 또는 같은 집 각자의 방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것이다. 개인생활에 서로 관여하지 않는 대신 안부를 묻거나 함께 식사를 하고 쇼핑을 가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정서적으로 분리된 상태인 ‘별거’와는 다르다. 이 개념은 2004년 일본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의 <졸혼을 권함>이란 책에서 처음 나왔다.

졸혼의 등장배경은 ‘100세 수명시대’ 도래와 맞물려 있다. 과거엔 짧은 수명 탓에 결혼생활을 25년만 유지하면 ‘은혼식’이라는 축하행사를 열었다. 그러나 이젠 서른살에 결혼해도 60년 이상 함께 지낼 수 있을 정도로 수명이 길어졌다. 이 시간이 길어진 만큼 서로 부딪치는 일도 많아졌다. 함께 살면서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기 전에 가족이라는 유대감은 유지하면서 각자 삶을 꾸리는 것이다. 이렇게 졸혼한 부부는 오히려 사이가 돈독해진다. 거리를 두고 생활하다보니 같이 사는 동안 부딪쳤던 문제도 자연스레 사라지기 때문이다.

졸혼을 통해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부부도 있다. 그동안 부모, 남편·부인으로 사는 데만 할애했던 시간을 자신에게 쓰기 때문이다. 부부 가운데 특히 부인의 만족도가 높다. 이들은 자녀를 뒷바라지하고, 살림을 돌보면서 잃어버렸던 자아를 대학 진학이나 여행 등을 통해 되찾는다.

이런 효과로 졸혼이 주목받고 있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섣불리 졸혼할 수는 없는 법. 자칫 무늬만 부부인 ‘쇼윈도 부부’가 되거나, 외도라는 유혹에 빠져 결국 이혼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졸혼을 하기 전엔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자신이 원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 성찰해야 한다. 또한 졸혼하고 나서 발생할 경제적인 문제에 대비하는 일도 중요하다. 졸혼을 결심했지만 경제적으로 당장 자립이 어렵다면 ‘동거형 졸혼’을 고려해볼 만하다. 부부가 경제적으로 자립할 때까지만 한 집에서 각방을 쓰며 서로 간섭하지 않는 것이다. 

이제 피폐해진 결혼생활의 끝이 이혼일 필요는 없다. 졸혼을 통해 결혼생활에 쉼표를 찍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도움말=강희남 <한국전환기가정센터포럼 대표, ‘졸혼은 결혼생활의 갭이어(Gap Year)’ 저자>

최문희 기자 mooni@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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