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재혼이야기⑤]
재혼은 진정으로 원하는 누군가를 찾을 수 있는 기회에 도전하는 것
posted 2019.02.14 / updated 2019.11.28
사람은 3주간 상대방을 연구하고, 3개월간 서로 사랑하고, 3년간 논쟁하고, 30년간 서로 참는다1)는 말이 있다. 하지만 더 참을 수 없는 불가피한 이혼선택이었다면 이를 서둘러 종결 하고 새로운 삶을 찾을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혼과 자살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있다. 둘 다 사회적으로 실패의 낙인이 찍히는 것이지만 이혼은 자살과 달리 그 속을 살아서 신속히 빠져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2)는 것이다. 그래서 한때의 ‘품절남’ ‘품절녀’들이 결혼시장으로 되돌아와 새로운 짝을 찾아 다시 인생을 시작하고 있다.
재혼은 우리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누군가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데,3) 첫 결혼 실패의 교훈은 열정에 너무 들뜬 나머지 객관적으로 사람을 바라 볼 기회를 놓쳤었다면, 새로 도전하는 이번의 결혼에서는 새로운 파트너와 함께 자신과 상대의 감정과 욕구를 더 잘 표현하고 이해 할 수 있다.
이혼해 홀로 아들을 키우던 탤런트 김**(47)이 지난달 결혼했다. 김**은 지난달 30일 예비 신랑인 사업가 이**씨와 함께 찍은 동영상을 유튜브 위키트리 채널에 올리며 결혼 소식을 알렸다. 지난해 9월 "1년째 만나고 있다"고 교제 사실을 밝힌 지 8개월 만이다.
김**은 "살아오면서 우여곡절도 많이 겪었지만 인생을 다시 한 번 시작해 보고 싶고, 좋은 사람을 만나서 행복하게 살아보고 싶다는 염원을 가지고 시작하려고 한다"며 응원을 부탁했다.4) 이처럼 ‘품절남녀’들이 돌싱으로 돌아와 결혼시장으로 다시 진입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돌싱’은 중고가 아니라 FA(프리 에이전트:자유계약선수)로 돌아온 싱글일 뿐”이라고 <한 번 더 해피엔딩>의 여자 주인공 한미모(장나라)는 외친다.5)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그것 때문에 우리의 삶은 더 풍요로워 질수 있다.6) 돌싱,‘돌아온 싱글’의 준말이다. 지난해 OECD 34개 국가 중 한국은 이혼율 상위 9위를 차지했다. 아시아 회원국 중에서는 단연 1위다. 평균 기대수명 100세 시대, 평생 혼자 살기엔 외롭다. 한 번 더 사랑하고 싶고 한 번 더 가정을 꾸리고 싶다. 더 이상 남의 눈치만 보고 살기엔 남은 인생이 아깝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재혼(양방 혹은 일방) 커플은 전체 신혼부부의 20%에 달했다. 결혼하는 커플 5쌍 중 1쌍이 돌싱이라는 의미다.7)
서구사회에서는 이성을 만나는 일까지 포함해서 모든 행동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지는 자세가 있었다. 이는 낳아준 부모의 간섭과 보호도 싫어하는데 누구의 간섭과 보호를 받을 일도 없게 된다. 북유럽의 프리섹스는 결국 혼자이고자 하고, 그리하여 자유롭고자 하는 삶의 방식에서 나온 것이지, 성에 대해 유별난 민족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이혼은 오명과 낙인을 남길 일이 아니다. 새로운 출발을 위한 하나의 일상적 선택일 뿐이다. 이혼녀라고 해서 전 남편에 대한 기억을 애써 지우려 하거나 아이에게 숨기려 하지도 않는다. 이런 풍조와 관련 요즘 한국 여성들도 이혼에 당당해졌다.
김** MBN 앵커는 지난해 7월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여자들이 홀로 되는 걸 감추는 사회분위기가 싫었다”며 “내가 홀로 되고 아팠다고 걸 드러내고 당당하게 잘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혼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라고 소신을 드러냈다.8)
‘오삼숙’ 같은 젊은 부부의 이혼은 말할 것도 없고, 60대 이후 노부부의 황혼이혼도 늘고 있다. 수십 년간 인생의 동반자로 살다 늘그막에 새 삶을 선언하는 여성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재산분할이 가능해진 결과라는 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결혼에 대한 전통적 관념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9)
이혼이 본래 ‘정당하지 못했던 결혼을 해소 하는 것’이라고 한다면,10) 재혼은 다시 정당한 결혼을 찾기 위해 도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돌아온 싱글'이 가족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하나였던 가족이 둘이 되고, 또다시 두 가족은 혈연으로 얽힌다.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 옥선화 교수는 "이혼을 통해 한 가족이 해체된 뒤 다른 형태의 가족이 만들어지는 '가족의 재구성'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11) 이혼에 의해서든 사별에 의해서든 간에 <재혼>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우리 생애에 있어서 또 한 번 피치 못해 받아 들여져야 할, 인간수명 연장과 변화된 결혼 가치관과 관련된 새로운 삶의 한 형태로 자연스럽게 정착 되고 있다.
"드라마, 영화 속에서나 있는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그게 제 이야기가 될 줄 몰랐습니다. 우리는 돌아온 싱글 입니다."12)
지금은 종영되었지만 ‘짝’(SBS)이라는 프로그램이 지난 추석특집에 이어 이혼의 아픔을 겪었지만 다시 사랑을 꿈꾸는 남녀출연자들을 위해 '돌아온 싱글' 특집 2탄을 마련한 자리에서 출연자가 한말이다.
우리 문화에는 아직도 여전히 결혼 과 이혼 에 대한 확고한 선입관이 자리 잡고 있는데 그 선입관에 깃든 신념은 영혼의 짝짓기(‘The One’)와 관련된 생각이다.13) 이러한 의식은 분명 이혼과 재혼대상자들에게는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그런지 언젠가 인터넷에 올린 사연 중에 보면 '재혼청첩장'을 받았는데, 이때도 흔히 우리가 말하는 초혼 결혼식처럼 '부조'를 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는지, 또 '재혼'을 하는 선배 언니가 자신의 재혼 결혼식 때 '부케'를 던지면 대신 받아 라고 했다고 고민 글을 올린 것을 보았다. 왜냐 하면 자신은 아직 미혼이기 때문에......하지만 이런 고민들도 이제는 다 옛날 이야기가 되었다.
재혼청첩장이 오가는, 그래서 이제는 초혼과 재혼을 구분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 한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재혼> 결혼식이 열리는 어느 예식장의 풍경을 살펴보자.
눈부시게 고운 신부의 웨딩드레스와 신랑이 말끔한 정장, 식장을 가득 메운 신랑신부의 가족 친지들..., 신랑이 44세, 신부가 36세란 점 말고는 여느 예식과 다를 것 없이 시작된 결혼식. 식이 시작되고 사회자가 신랑 신부의 아이들을 소개 하면서 재혼 부부의 출발이 선언 됐다. 8살 난 신부 측 딸은 꽃다발을 들고 엄마 곁에 섰고, 중학교 2학년인 신랑 측 아들은 피아노를 연주 했다. 함께 자리를 한 가족 친지. 직장 동료들은 따뜻한 환호로 이들 가족의 새 출발을 축복했다.14) 주례사에 이어 케이크 자르기, 샴페인 축배까지 초혼과 별 다르지 않은 식순이 이어 진다. 거저 놀라울 뿐이다.15)
‘행복출발 더원’이 전국의 재혼대상자 561명(남성 310명, 여성 251명)을 대상으로 ‘재혼을 할 경우 재혼식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0.1%(남성 58.7%, 여성 61.8%)가 ‘재혼식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16)
회사원 강모씨(39)도 서울 강북의 한 야외에서 재혼식을 치를 예정이다. 강씨는 신부와 함께 주례 대신 각자 작성한 '사랑의 서약문'을 준비했다. 부부가 함께 입장하면 외국 영화처럼 두 사람의 자식들이 꽃다발을 들고 뒤따라 등장해 축가도 부를 식순을 예정해 놓고 있었다. 또 대학교수 김모씨(46)는 재혼정보업체를 통해 만난 초등학교 교사 진모씨(40)와 다음 달 초 재혼한다. 양쪽 모두 재혼으로 자녀도 없는 터라 홀가분한 마음으로 인생의 2막을 즐길 기대에 부풀어 있다. 김씨는 "사회 인식이 많이 바뀌어 재혼은 더 이상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며 "주위 사람들에게 청첩장도 돌리고 하객도 많이 초청해 당당하게 새 출발을 축복받을 것"이라고 말했다.17)
이제 우리는 결혼식도, 친구나 친지 심지어는 동일한 가족을 대상으로 해서 여러 번 결혼식에 참여해야 할지 모를 재혼가족시대에 살고 있다.
두리모아’와 ‘예가3040’이 재혼희망자 1000명(남녀 각 500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18)에 따르면 42%(여성 302명, 남성 118명)가 ‘이혼 생각과 동시에 재혼 후의 삶을 구상했다’고 응답할 정도로, 이제는 재혼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 되었다.
재혼은 이제 더 이상 외국의 이야기나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에서 나오는 ... 그래서 극적인 흥미를 유발시키기 위해 극중 스토리로 전개되는 주연배우들만의 일이 아닌, 이젠 내 가족, 내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어쩌면 '나의'일이 될지도 모르는, 그래서 현재 우리는‘재혼전성시대’에 살고 있다.
[출처 및 인용, 참고문헌]
1) P·뷔르네, 애정론, 정봉구 역, 을지문고(1982), p.105
2) A.알바레즈, 이혼이야기, 심정인 역, 명경(1992), p.191
3) Elizabeth Badejo, A few good reasons why you should marry again, punchng.com, Published July 21, 2018
4) 디지털 세정신문, 김혜선 세 번째 결혼…"인생 다시 시작", 2016-05-04
5) 남지은 기자, 돌싱, ‘변두리 사랑’ 아닙니다, hani.co.kr, 2016-02-28
6) Sarah Johnson, ‘I thought I would never marry again, but I found love at the age of 80’, theguardian.com, Wed 11 Feb 2015
7) 조은별 기자, [비바100] 현실 반영 세태… TV를 점령한 ‘돌싱’ 콘텐츠, viva100.com , 2016-03-23
8) 조은별 기자, 위의 글
9) 권삼윤< 문명비평가 >, ‘프리섹스’, 해방과 혁명을 이끈다, 신동아(2001년 05월호), p.536 ~ 549
10) A.마다이스& 노리야끼, 성과 사랑의 조화, 박영도 역, 서광사(1982), p.204
11) 허인정 기자 외, 편모․편부․독신 '가족 재구성'…재혼산업 100억대 성장, 조선일보, 2005.06.17
12) 조혜림 기자, 짝’ 돌싱 특집/ 현실적 이혼과 재혼을 말하다, 한국일보, 2012.01.19
13) Susan Pease Gadoua L.C.S.W., Shame On You for Getting a Divorce!, psychologytoday.com, Posted Mar 20, 2016
14) 장혜경& 박경아, 당당하게 재혼합시다, 조선일보사(2002), p 141
15) 박동준 박미선 기자, 숨길 게 뭐 있어 …'위풍당당한 재혼' 시대, 일간스포츠, 2005.5.12
16) 재혼희망자 60%, '재혼도결혼식 필요'. YTN & Digital YTN. 2010-07-02 [‘행복출발 더원’이 전국의 재혼대상자 561명(남성 310명, 여성 251명)을 대상으로 ‘재혼을 할 경우 재혼식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7) 고재만 기자, `인생2막` 당당히 여는 재혼커플들, 매일경제, 2008.05.17
18) 박주연 기자, [세태]이혼 도장 찍기도 전에 재혼 ‘노크’, 뉴스메이커 (681호), 2006.06.26
*필자도서목록
재혼맞선에서 '돌싱'들이 상대에 대해 제일 물어 보고 싶은 말은? (0) | 2020.12.14 |
---|---|
이럴때 행복한 재혼 아닐까.. 男 "위로와 위안" 女는?/파이낸셜뉴스 (0) | 2020.11.30 |
재혼에서 내가 상대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0) | 2020.11.30 |
[어린이 책] 새엄마는 마녀가 아니었어!/조선일보 (0) | 2020.11.08 |
재혼 맞선때 男 '일을 언제까지' 질문 민감.. 女는?/파이낸셜뉴스 (0) | 2020.09.07 |
재혼가정에서의 (새)엄마/(새)아빠의 '호칭'문제 (0) | 2020.07.01 |
[칼럼/재혼이야기④]결혼에 대한 환상이 깨어지는 이유 (0) | 2019.11.17 |
[칼럼/재혼이야기③] 재혼하고 싶을 때와 재혼하고 싶은 이유 (0) | 2019.11.14 |
[칼럼]재혼이야기② 배우자가 변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환상’일 뿐이다 (0) | 2019.11.07 |
[칼럼]재혼이야기①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한다면... (0) | 2019.10.31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