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책]졸혼은 결혼생활의 갭이어<1>

본문


[책]졸혼은 결혼생활의 갭이어


posted 2018.08.14 / updated 2021.01.17







1848년 2월의 어느 일요일, 교회에 다녀온 화가 토마스 콜은 피로감과 오한을 느꼈다. 그리고 3일 후 죽음을 맞았다. 그의 나이 47세였다.1) 

2017년 4월 30일 올해 146세 생일을 지낸 인도네시아인 음바 고토(Mbah Gotho)씨가 사망했다. 기존 기록은 122년을 산 프랑스 여성 잔 칼망(1875~1997)이었다.2)

47년을 살다간 화가 토마스 콜과 146세 생일을 지낸 인도네시아인 음바 고토씨와의 년령 차는 약 1세기의 시공간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99살 차이가 난다. 

비록 극단적인 사례로 비교한 수치이지만 인간 수명 연장의 놀라운 변화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변화가 최근 우리 주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이 맘 때 의학저널 란셋(The Lancet)에는 놀라운 연구결과가 실렸다. 2030년 태어날 사람의 기대 수명이 90살이 넘는 나라가 나온다는 것으로 그 나라는 바로 한국이라는 것이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와 세계보건기구(WHO)등 공동 연구자들이 주로 선진국인 35개국의 기대 수명 변화 추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다. 2010년 태어난 우리나라 여성의 기대 수명은 84세로 1위인 일본에 2년 뒤졌지만 지금 추세대로 기대수명  증가 폭이 이어진다면 2030년에는 91세로 단연 1위로 올라선다는 말이다.3)

이 책의 주제는 바로 이처럼 늘어난 수명 연장과 관련, 형성된 새로운 삶의 지대로 떠오른 ‘중년세대의 삶’에 관한 이야기다.


지금까지 ‘중년’이라는 용어를 가끔 식 들을 수는 있었지만, 단순히 연대기적인 기준을 넘어서는 것 외에는 전혀 없었다. 역사학자 하워드 쇼다코프는 노화에 대한 자신의 연구 <당신은 몇 살입니까?>에서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20세기 이전에는 중년을 인생의 특별한 기간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중년이라는 단어는 1895년에 처음으로 사전에 등장 했는데, 펑크앤 왜그낼즈(Funk & Wagnalls)사의 사전에는 ‘청년기와 노년기 사이에 있는 인생의 일부분’이라고 정의 했다. 

이후 ‘중년’과 관련해서는 1965년 캐나다의 심리학자 엘리엇 자크가 <정신분석국제저널>에 '죽음과 중년의 위기'(Death and the Midlife Crisis)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한 이후 빈둥지 신드롬과 함께 '중년의 위기’라는 보다 전문적인 용어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런데 시카고 대학의 인류학자인 리처드 A.슈웨더는 ‘중년’을 세계의 이곳저곳에서 서로 다르게 형성된 ‘문화적 허구’이고4) '중년의 위기’는 과장된 개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실제 중년의 나이에 즈음 해서 퇴직이 시작되고, ‘빈둥지 시간’을 맞이하면서 황혼이혼이 일어나기 시작하는 시기와 일치 됨을 목격하면서 '중년의 위기’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여기에다 100세 수명시대 퇴직 후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 지에 대한 방향 설정, 즉 자기만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정체성도 확립해야 한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설정된 중년의 정체성 확립이 쉽지만 않는 것 같다.


어느 코미디 프로에서 나오는 ‘아재’라는 희극화 된 중년을 지칭하는 이 대명사는, 중년의 삶은 ‘루저’(loser)이고 노화(老化) 그리고 무기력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분위기가 현재의 세대는 중년을 재창조하기 보다는 인정하지 않으려고 더 애를 쓰는데, 그 한 흐름이 사람들이 여전히 젊음의 패기에 대한 애착을 포기하지 않고 매달리고 있다.

이를테면, 아름다움에 대한 이 시대의 이상형은 성숙한 관능미나 두꺼운 허리, 주름살을 배척하고 군살이 전혀 없는 매끈한 몸매와 피부를 찬양한다. 


중년의 남녀는 자신들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터득한 경험과 지혜보다, 자신들보다 20~30년이나 어린 사람들을 모방하는 능력으로 더 큰 박수 갈채를 받는다. 성공적인 중년의 삶은 젊음을 흉내 내는 것이라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5)

이에 대해 <젊은 사회에서 늙는다는 것>의 저자 마르고트 캐스만은 “남은 인생 길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풀 죽어 의기소침하게 사는 것은 인생의 마지막 길을 잘못 걸어가는 것이다.”라고 지적하면서, 인생 중반에는 중년 답게 오히려 ‘담대 하게’ 살아갈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사실 늙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오히려 건강을 오래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오스카 와일드의 말대로 “노년의 비극은 늙었다는 것이 아니라, 이전의 젊음을 기억 한다”는 것이다.

늙음에 대한 거부로서 안티에이징(anti-aging)은 노년의 행복을 가로막는 최대의 적이기 때문에 지금 자신의 나이에 맞게 잘 살고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6) 또 미국의 저명한 강연가 리처드 라이더와 앨런 웨버는 <이제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저서를 통해 인생의 궤도를 규정하고 후반부에는 몇 가지 선택만 강요하던 시대의 사회 통념을 ‘낡은 이야기’로 간주한다.


낡은 이야기 속에선 ‘노후’나 ‘여가’, 말하자면 시간의 압박을 받지 않고 노동 할 필요도 없는 생활, 은퇴는 우리가 희망하는 종점이고, 여가는 성공을 정의하는 말이자 오랜 세월 열심히 일하면서 기다려 온 보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인데, 하지만 이는 더 이상 지금의 현실에 부합하지 않다는 얘기다.

달라진 현실에 맞는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하고, 이제는 모두가 인생의 새로운 단계를 창조하려는 노력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써야 함을 강조한다.7) 우리가 이런 흐름의 변화를 의식 하지 못하고 그저 밋밋하게 주어진 삶에서 안주 한다면 ‘중년의 시기’는 그 길을 잃어버리기가 딱 알맞다.


자기계발의 언어로 말하자면 중년은 단순히 나에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 내는 것이다. 여기에서 ‘자기계발’은 행복을 향해 나아가는 통로이기 보다는 책임감이다.8) 우리가 중년에 대한 이런 의식을 가질 때야 비로소 ‘중년은 위기가 아니라 또 하나의 기회’라고 말할 수 있다.


높은 회복 탄력성과 경험 노하우가 쌓인 중년이야 말로 삶의 의미를 재 탐색하고 인생의 2막을 준비하기 딱 좋은 기간이다.9) 그래서 인생 후반기 삶에 대해 별도의 버킷 리스트(bucket list)가 필요하다.

이 책을 읽어 봐야 할, 이 책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http://www.bookk.co.kr/book/view/37337





1) 패트리샤 코헨, 중년이라는 상품의 역사, 권혁 옮김, 돋을새김(2016), P.63

2)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주민등록상 146세 '사상 최장수' 인도네시아 노인 사망, 2017/05/01

3) 강석기의 과학에세이, 미국이 한국에 기대수명 추월당한 이유, ScienceTimes, 2018.02.02

4) 패트리샤 코헨, 위의 책, P.22,56

5) 패트리샤 코헨, 위의 책, P.32,33

6) 로쟈의 창고, 중년 이후의 삶, 로쟈의 저공비행(blog.aladin.co.kr), 2012-06-13

7) [이주의 오디오북], 인생이 낯설어진 남자들의 심리학, 디지털타임스, 2017-05-23

8) 패트리샤 코헨, 위의 책, P. 254

9) 교보문고, kyobobook.co.kr, 책소개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